소리꾼 이자람(사진)이 ‘눈, 눈, 눈’으로 자신이 일궈온 창작판소리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공연예술 전 영역에서 눈부신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이자람이 새로 선보인 작품의 원작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원작 영제는 ‘마스터 앤드 맨’인데 우리말로는 ‘주인과 하인’ 또는 ‘주인과 인간’으로 옮겨진다. 지난 9일 공연장에서 이자람은 오랜 인연으로 매년 집을 찾아가 식사까지 하는 프랑스 지인으로부터 “이자람, 그래서 판소리로 이번엔 무엇을 보여줄 거야” 하는 질문과 함께 받은 책을 읽고 마음이 움직여 작품까지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특별한 배경 없이 이자람의 오랜 동지인 고수 이준형과 단둘인 무대는 소리꾼 사설이 시작되면서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성탄 연휴 러시아 시골마을과 협곡으로 변한다.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게 하고, 일한 만큼 준다”는 단순한 원칙을 자신의 도덕성으로 자부하는 시골 부자 바실리, 묵묵하나 경험 많은 일꾼 니키타, 그리고 멋진 갈색 윤기를 자랑하는 종마 제티가 소리꾼 이야기와 창으로 무대 위에 등장한다. 굳이 말 고삐를 자신이 잡겠다고 고집부린 바실리는 안전하나 느린 길 대신 빠르나 위험한 협곡 길을 택한다. 결국 길 잃고 헤매다 간신히 도착한 이웃마을에서 주인은 쉬어가는 대신 고집을 부리며 다시 눈보라 속으로 나선다. 어리석은 바실리 선택이 계속될 때마다 자기 일인 양 객석에선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이자람은 ‘왜 나한테 그러냐’고 능청 섞인 볼멘 시늉을 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옛적 어르신이 판소리를 즐기던 광경이 이랬을까 싶다.중반부터 이자람의 장창은 원경과 근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러시아 광야 속 바실리 일행을 마치 높이 뜬 새처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눈밭을 헤치고 다니느라 지친 제티의 땀에 젖은 말갈기까지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이처럼 공연시간 110분은 한순간도 이자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의 연속이다.제목대로 세상이 온통 ‘눈, 눈, 눈’인 극 막바지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원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 변동성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일시 유예했음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과 정책·민간금융을 통한 방파제 마련에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445.06)보다 12.34포인트(0.50%) 하락한 2432.72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1일부터 11일까지 코스피의 일중 변동률은 평균 1.97%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기준 2021년 2월(2.03%)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으로 나눈 수치로 지수가 하루 동안 얼마나 크게 이동했는지를 나타낸다. 지수의 평균값 대비 변동 폭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고점과 저점 간 격차가 클수록 수치는 높아진다.지난해 1월 1.15% 수준이던 일평균 일중 변동률은 8월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증시가 급락한 ‘블랙먼데이’ 여파로 1.61%까지 상승했다. 이후 다시 안정세를 되찾으며 올해 2월에는 1.02%까지 내려갔다. 3월 1.19%로 다시 반등했고 이달에는 2%대를 오르내리고 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코스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31일 1.39% 수준이던 일중 변동률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3일 2.09%를 기록하며 2%대로 올라섰다. 4일에는 2.78%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1%대로 떨어졌지만 이후에는 2%대를 유지하다가 11일 1% 중반으로 다소 안정됐다.이 기간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요동쳤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하기 때문에 ‘공포지수’로 불린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한 지난 7일 VKOSPI는 전날 대비 65% 급등해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치인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