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회신리 산2 일원에서 산불진화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4.7/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재해는 반복되고, 해법은 늘 비슷하다. 봄철이 시작하자마자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국가유산 재난 경보가 발령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태풍급 강풍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겨우내 바싹 마른 대지와 나무가 땔감 역할을 했다. 적은 강수량이 또다시 기후 재난으로 연결됐다.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이런 반복되는 재난의 원인을 기술 부족이 아닌 '사회구조 그 자체'로 지목했다. 최근 공개한 '상호 연결 재해위험'을 통해 UNU-EHS는 기후·생태·오염 위기가 겹치는 현상이 단순히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린 결과라고 분석했다.지금까지의 대응이 폐기물 재활용, 기술적 보완 등 결과 처리에 집중돼 왔으며, 문제를 낳는 사회 시스템과 가치관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진단했다.보고서는 '딥체인지'(Deep Change)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조적 전환 없이 반복되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취지다. 플라스틱 폐기물과 산불, 생물종 멸종 등의 문제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성장 중심의 경제체계와 '새것이 낫다'는 소비 관념, 인간이 자연을 통제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뿌리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 문제를 나무 열매에 비유하며, 과일만 갈아치우면 안 되고 뿌리를 바꿔야 한다고 표현했다.전환이 시급한 분야로는 △폐기물 개념 재고 △인간-자연 관계 재조정 △책임 구조 재정의 △미래세대 고려 △가치관 재정립 등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는 고도의 분리배출과 지역 공동체 중심의 순환 시스템을 통해 재활용률을 80%까지 끌어올렸고, 미국 플로리다의 7일 중구 서울신라호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라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성일(오른쪽) 헤드셰프와 차도영 헤드셰프. 두 셰프 사이에 미쉐린 가이드 2스타, 프랑스 라 리스트 200대 레스토랑 상패가 놓여 있다. 류기찬 인턴 기자 1999년 요리사를 지망하며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한 스무 살 차도영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서울신라호텔의 주방 견학을 한 뒤 목표를 정했다. 서랍을 여니 스르륵 나오는 냉장고, 텃밭에서 키우는 허브. 당시만 해도 낯선 조리 도구, 식재료 하나하나가 그에겐 신세계였다.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올해부터 차도영은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맨 꼭대기 23층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라연에서 헤드셰프로 주방을 이끌어가고 있다. 꿈꾸던 일터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제 차 셰프는 라연의 주춧돌을 놓은 김성일 헤드셰프와 함께 또 다른 맛의 세상을 열고 있다. 7일 라연에서 두 셰프를 만나봤다.2005년 서울신라호텔에서 첫발을 내디딘 차 셰프는 처음엔 한식 셰프가 아니었다. 서울신라호텔에서 오랫동안 영업하던 한식당 서라벌이 막 문을 닫아 한식에 입문할 기회가 없었다. 대신 프렌치 레스토랑 '라 콘티넨탈'에서 먼저 칼을 잡은 그는 2013년 1월 한식당을 다시 연다는 소식에 달려갔다. 그곳엔 1988년 서울신라호텔에 입사해 서라벌을 거쳐 수준 높은 한식을 내놓았던 김 셰프가 있었다.라연의 기획 단계부터 만난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정통 한식을 배우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김 셰프와 양식 조리법이 몸에 밴 차 셰프는 한식에 익숙한 내국인은 몰론, 생소한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주방문(酒方文)'1 '시의전서(是議全書)'2 등 조선시대 옛 조리서까지 연구하면서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공을 들였다.주방 밖으로, 장 담그고 농사짓는 라연 서울신라호텔 라연의 김성일(오른쪽) 헤드셰프와 차도영 헤드셰프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국내산 영지버섯 등을 푹 우려낸 후 제철 생선, 해삼, 전복 등 보양 식재료를 넣어 만든 금탕이 한 예다. 1,795년 정조가 화성 행차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아침상에 올렸다는 금중탕에서 떠올린 음식이다. 라연은 메뉴 하나하나마다 이런 스토리를 담아 손님에게 전하고 있다. 라연에선 음식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