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증으로 해발 4700m 지점에서 멈춘 도전거대한 설산에서 인간은 티끌같은 존재내 밑바닥 두려움을 마주쳤다포카라에서 멀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1920m)에 묵으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다.신기하다. 세수 대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내고 머리 안 감은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불쾌감을 못 느낀다. 잔뜩 옷을 껴입고 양말과 모자도 벗지 않은 채 침낭에서 잠을 청하지만 머리를 대는 순간 잠에 빠진다. 3시간마다 깨어 소변을 보는데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불안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 온다. 평소 쾌·불쾌를 느끼던 기준은 온데간데없다.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산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일정)에 나선 지 8일째인 지난달 10일, 해발 4150m 틸리초 베이스캠프에 짐을 풀었다. 실내 온도가 영하이지만 난방이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의지할 거라곤 침낭과 핫팩뿐이다. 소박한 달바트(네팔 전통음식)로 저녁을 먹고 잠자기 전까지 식당 난로 주변에서 추위를 피했다. 내일은 고소 적응을 위해 4900m 틸리초 호수에 오르고, 사흘 뒤 새벽엔 최대 고비인 5416m 토롱라 고개를 넘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불편한데, 날마다 더 높은 곳을 올라야 할 생각을 하면 저절로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상념에 잠겨 히말라야 설산을 거니는 낭만적 상상을 하면서 생애 최고 높이에 도전한다며 호기롭게 트레킹에 나섰던 게 아득하다.평소 1분에 60회 안팎이던 맥박이 요동친다. 누워 있어도 심박수가 100 이상이고, 산길을 오를 때면 스마트 시계가 심박수 한계치 140을 넘어선다고 알려준다. 호흡이 가빠져 심호흡과 복식 호흡으로 조금 더 깊은숨을 들이마시려 해보지만, 개운치 않다. 4000m 넘어서니 한걸음 올라가는 게 평지에서 계단 수십칸을 오르는 것보다 숨 가쁘다. 스마트 시계로 잰 혈중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95~100) 한참 아래인 80 안팎이다. 1기압에 적응한 몸과 정신이 희박해진 산소로 인해 혼미해졌다.안나푸르나 서킷 중 시리카르카에서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가는 4000m대 구간은 산사태·낙석 지대를 지나야 하는 위험구간이다.다행히 아직고산증으로 해발 4700m 지점에서 멈춘 도전거대한 설산에서 인간은 티끌같은 존재내 밑바닥 두려움을 마주쳤다포카라에서 멀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1920m)에 묵으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다.신기하다. 세수 대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내고 머리 안 감은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불쾌감을 못 느낀다. 잔뜩 옷을 껴입고 양말과 모자도 벗지 않은 채 침낭에서 잠을 청하지만 머리를 대는 순간 잠에 빠진다. 3시간마다 깨어 소변을 보는데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불안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 온다. 평소 쾌·불쾌를 느끼던 기준은 온데간데없다.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산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일정)에 나선 지 8일째인 지난달 10일, 해발 4150m 틸리초 베이스캠프에 짐을 풀었다. 실내 온도가 영하이지만 난방이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의지할 거라곤 침낭과 핫팩뿐이다. 소박한 달바트(네팔 전통음식)로 저녁을 먹고 잠자기 전까지 식당 난로 주변에서 추위를 피했다. 내일은 고소 적응을 위해 4900m 틸리초 호수에 오르고, 사흘 뒤 새벽엔 최대 고비인 5416m 토롱라 고개를 넘어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불편한데, 날마다 더 높은 곳을 올라야 할 생각을 하면 저절로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상념에 잠겨 히말라야 설산을 거니는 낭만적 상상을 하면서 생애 최고 높이에 도전한다며 호기롭게 트레킹에 나섰던 게 아득하다.평소 1분에 60회 안팎이던 맥박이 요동친다. 누워 있어도 심박수가 100 이상이고, 산길을 오를 때면 스마트 시계가 심박수 한계치 140을 넘어선다고 알려준다. 호흡이 가빠져 심호흡과 복식 호흡으로 조금 더 깊은숨을 들이마시려 해보지만, 개운치 않다. 4000m 넘어서니 한걸음 올라가는 게 평지에서 계단 수십칸을 오르는 것보다 숨 가쁘다. 스마트 시계로 잰 혈중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95~100) 한참 아래인 80 안팎이다. 1기압에 적응한 몸과 정신이 희박해진 산소로 인해 혼미해졌다.안나푸르나 서킷 중 시리카르카에서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가는 4000m대 구간은 산사태·낙석 지대를 지나야 하는 위험구간이다.다행히 아직은 화장실이 얼지 않았지만, 고도를 더 올리면 물로 용변을 처리하는 편의는 포기해야 한다. 한밤중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조심조심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날카로운 두통과